정치인을 신뢰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한다고 해도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은연중에 깔려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부패와 탐욕이 일상처럼 자리할 거라 생각한다.
정치인하면 믿음이나 신뢰보다 가식과 위선이 먼저 생각날 때가 많다.
물론 청렴하고 올곧은 신념을 가진 정치인도 있겠지만, 지나온 역사에서 실망스러운 광경을 수없이 목격했다.
로드킬은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에서 출발하는 웹하드다.
휴 로리가 논란에 휘말린 문제의 정치인으로 출연해 한바탕 부조리극을 보는 듯한 혼탁한 정치판으로 끌어들인다.

4부작 영드 로드킬은 영화 디 아워스, 더 리더의 작가 데이비드 헤어가 각본을 쓰고, 웹하드 실크, 라인 오브 듀티, 스트라이크의 마이클 킬러가 연출을 했다.
웹하드는 이제 막 언론사와의 소송에서 승소한 교통부 장관 피터 로렌스가 승리를 만끽하는 거만한 모습에서 시작해, 문제적 인물의 여정을 따라가며 배신과 야합이 난무하는 씁쓸한 세계를 그려낸다.
보통의 정치 웹하드가 인물이나 신념에 중심을 둔다면, 로드킬은 휴 로리의 피터 로렌스를 둘러싼 지형도를 그려내는 것에 가깝다.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했음에도 정치 웹하드 특유의 묵직한 무게감보다 블랙코미디 색이 짙은 하이스트 무비를 보는 듯하다.

논란의 주인공을 소개해본다.
피터 로렌스는 부동산 개발업으로 자수성가한 정치인이다.
좋은 학벌과 배경은 없지만, 정치판에 뛰어들어 교통부 장관에 올랐다.
승소 후 취재진에 둘러싸인 모습을 봤을 때, 세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거침없는 행보가 유명세를 얻은 비결이지 싶다.
호불호 반응에 일일이 신경을 쓰기보다 꾸준히 미디어에 자신을 노출시켜 정치인의 입지를 다진 것으로 보인다.
깨끗한 정치인 이미지와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그는 교활하고 속물적이다.

웹하드는 로렌스의 사생활을 점점 무너뜨리면서, 그가 어떻게 이 세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그려낸다.
공격적이고 대담한 행보로 화제몰이를 하는 것도 있지만, 그 자리는 한 개인의 노력으로 성취한 게 아님을 보여준다.
소송에서 패소하고 실직한 기자가 로렌스의 비리를 입증할 핵심 증거를 찾으려는 사이, 로렌스가 속한 정치판은 그를 말로 두고 저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새 판을 짜려 한다.
야심가 로렌스는 기회를 마다하지 않는다. 총리가 예상과 달리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며 뒤통수를 쳤지만, 기회란 찾아오기 마련이다.
총리를 견제하는 보수당이 손을 내민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주하게 돌아가는 이 판에는 p2p 사이트를 앞줄에 세우려는 공작이 진행된다.

로렌스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에도 높은 곳의 권력가와 숨은 참모진 덕분에 더 큰 야망을 이룬다.
하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이미 유대감이 옅어진 그의 가족이 거의 해체 수준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그는 끊임없이 가족에게 상처와 실망을 안긴다.
오랫동안 지속된 외도 사실을 들킨 것도 모자라, 그 자신도 최근에야 알게 된 혼외자의 존재를 가족과 상의도 없이 언론에 알려 버린다.
그 결과 딸은 돌아서고, 아내는 분노를 품는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최고를 만끽하는 순간에 차디찬 경고장을 받는다.

로드킬은 부도덕한 정치인의 몰락으로 끝맺지 않는다.
대신 로렌스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와 엮인 사람들이 배신을 당하고 상처를 받았던 것처럼, 그를 언제 짓밟히고 튕겨나갈지 모를 위험한 곳으로 몰아낸다.
굳이 그를 끌어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이미 정치생명을 담보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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